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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슨의 견해와 유사하게 멀린과 존슨 역시 설득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를 내용과 형식의 두 가지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내용과 형식은 일견 비슷해 보이는 개념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내용은 설득 메시지의 구성요소를 의미하며 세 가지 하부 항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식은 메시지를 정렬하고 배열하는 것을 의미하며 네 가지 하부 항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득 메시지의 내용
내용은 실제로 설득 메시지의 구성요소를 지칭하는 개념입니다. 광고에서 사용되는 카피가 바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고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수용자들에게 쉽게 인지되며 오래 기억되는 내용이어야 효과적인 카피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과 관련된 하부 항목에는 독이성과 기술적 정보, 정보의 양 등이 있습니다.
독이성
설득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은 수용자들이 읽기 쉽거나 이해하기 쉬운 것일수록 기억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내용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얼마나 쉽게 읽을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독이성입니다.
자극 상황에서 독이성을 측정하려는 초기의 시도 중 하나는 플레시가 개발한 '플레시 카운트'입니다. 이 척도는 문서화된 커뮤니케이션의 독이성에 따라 점수화하여 만화와 같은 읽기 쉬운 종류에는 100점을 부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문헌에는 0점을 부여하여 계량화한 것을 말합니다. 플레시 카운트에서는 높은 점수가 나온 글을 일단 많은 수의 수용자들에게 쉽게 읽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적 정보
메시지의 내용과 관련해 고려해야 하는 두 번째 항목은 메시지에서의 기술적 혹은 양적 정보에 관한 것입니다. 앤더슨과 졸슨은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제품광고에 기술적 용어가 너무 많으면 그 상품이 오래가지 못하고 작동하기 어려우며 가격이 비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정보는 이미 그 상품에 대해 전문가와 맞먹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수용자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컴퓨터 광고에서 CPU 속도나 램, 하드디스크 용량과 같은 전문적인 용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반면, 그러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정보의 양
정보의 양이란 수량화할 수 있고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의 양을 의미합니다. 레스닉과 스턴은 정보의 유형을 14개로 구분하는 분류체계를 고안해 냈습니다. 그 내역은 가격과 성능, 이용 가능성, 품질, 특별 제공, 보증, 구성요소, 신상품 등이 있습니다.
한편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까지는 설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을 경우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를 정보과잉 현상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다량의 정보를 얻게 되면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경우 결과적으로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정보의 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광고 메시지를 만드는 데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설득 메시지의 형식
메시지의 내용과 다르게 미시지의 형식은 메시지를 어떻게 정렬시키고 배열하는 가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메시지라도 이를 어떻게 제시하는지에 따라 설득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메시지를 제시하면서 하나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제시하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측면만을 제시한다면 설득효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메시지의 형식은 일면적 메시지와 양면적 메시지, 순서효과, 소스의 신뢰도, 수면효과의 네 가지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일면적 메시지와 양면적 메시지
형식과 관련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일면적 메시지를 사용할 것인가 혹은 양면적 메시지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일면적 메시지는 하나의 이슈나 제품, 후보에 대해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측면만을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로 양면적 메시지는 한 이슈에 대해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측면을 제시하는 동시에 단점이나 부족한 점도 같이 제시하는 것입니다. 호블랜드 등의 연구에 의하면 일면적 메시지는 수용자가 이미 특정한 관점에 호의적이거나 제시되는 메시지가 유일한 것일 경우 효과적입니다.
반면, 양면적 메시지는 수용자가 주어진 관점에 대해 비호의적이거나 반대되는 주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클 경우 효과적입니다. 수용자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관련해 보면, 교육 수준이나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일면적 메시지가 효과적인 반면, 교육 수준이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양면적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의 결과일 뿐 모든 경우에 다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순서 효과
순서 효과는 같은 메시지라도 앞부분에 배치하는가 뒷부분에 배치하는가에 따라 설득의 효과가 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보를 메시지 앞부분이나 뒷부분에 배치하는 것이 중간에 배치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었다는 것입니다.
호블랜드는 설득에서 순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득에서 가장 효과적인 순서가 무엇인가를 결정해 주는 단순한 원칙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처음에 제시되는 정보가 나중에 제시되는 것보다 설득에 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용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처음에 배치하는 것이 해로운 정보를 앞에 제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한 사람의 입장을 지지하는 정보를 반박하는 정보보다 앞에 제시하는 것이 그 반대의 순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소스의 신뢰도
취재원으로 통용되는 소스란 언론계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로 기자가 기사 작성 시 정보를 제공하는 인물이나 기관을 가리킵니다. 광고와 같은 설득커뮤니케이션에서도 소스라는 용어가 자주 쓰입니다. 소스란 주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사람이나 기관 혹은 메시지가 사실임을 검증해 주는 연구소나 대학, 기업 등을 지칭합니다. 소스의 신뢰도와 관련해 소스는 통상 광고모델과 같은 한 개인일 경우가 많습니다. 수용자들은 보통 매력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나 전문가,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이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한국 광고에서도 최근 기업 대표나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모델로 자주 기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뢰도가 높은 소스가 설득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가정은 두 가지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첫째, 신뢰도가 높은 소스는 그들 자체로 높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믿을 만한 소스는 수용자들의 주의를 메시지에 집중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 설명이 확고하게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수면자 효과
소스의 신뢰도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수면자 효과는 신뢰도가 낮은 소스로부터 얻은 커뮤니케이션의 설득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켈만과 호블랜드는 동일한 설득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각각 유명한 판사와 범죄 혐의 기소자가 전달한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가 더 설득력이 높은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초기에는 소스의 신뢰도에서 측정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신뢰도가 높은 소스가 보다 설득력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습니다. 3주 후에 측정을 해 본 결과, 신뢰도가 높은 소스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피험자들의 신념은 답보상태인 반면, 신뢰도가 낮은 소스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피험자들의 신념은 증가했습니다. 이는 소스가 누구인가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면 메시지 자체가 어느 정도의 설득효과를 가지고 스스로 작용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