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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집단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인도에 홀로 떨어져 살지 않는 이상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한국과 같이 개인보다 집단의 영향력이 큰 동양사회에서는 자신이 가깝게 느끼거나 결속력이 강한 집단의 입김에서 자유롭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집단은 스스로 하나의 전달자 기능을 하는데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동조입니다.
집단과 동조
집단의 규범과 동조
집단의 규범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집단 구성원들의 태도나 행동을 규율하는 규칙이나 기준을 지칭합니다. 일단 규범이 정해지면 집단의 구성원들은 이를 따라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게 됩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동조가 있습니다. 동조는 집단이 구성원들에게 가하는 실제 압력이나 구성원들이 스스로 느끼는 가상의 압력에 의해 개인의 행동이나 신념을 변화시키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동조현상은 실제로 압력이 존재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실제로 압력이 없더라도 개인이 심리적으로 압력을 느끼기만 해도 발생합니다. 다양한 집단은 보상과 처벌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집단의 규범에 따르도록 하며 구속력은 집단의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들이 동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스미스는 개인이 어떤 집단에 소속감을 가지고 동조하는 것은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과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첫 번째 목적은 규범적 영향력이고 두 번째 목적은 정보적 영향력이라고 지칭합니다.
동조와 관련된 연구로는 셰리프의 자동운동 현상을 이용한 실험과 애시의 실험이 있습니다. 두 실험 모두 자신이 확실한 답을 알고 있다 해도 같이 실험에 참여한 동료의 답이 자신과 다를 경우 대부분 동료의 답을 따랐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습니다.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에서 이루어진 실험인데 집단의 영향력이 훨씬 큰 한국에서는 더 큰 동조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동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동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집단의 특성과 집단 규모, 개인적 특성 등 세 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첫째, 집단의 특성과 관련된 요소는 집단 응집력과 조직원의 일탈 허용 여부입니다. 집단응집력은 구성원들이 집단에 대해 가지는 친밀도나 관여도 등을 의미합니다. 대개 응집력이 높은 집단일수록 집단의 규범에 동조하는 확률이 높습니다. 동문회나 동아리, 향우회처럼 유사성이 높은 집단의 경우 구성원들이 선배나 조직원들의 지시나 규범에 잘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동조현상은 집단 규범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감소합니다. 따라서 결속력이 높은 집단에서는 구성원들이 규범을 어기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일단 일탈자가 생기게 되면 봇물 터지듯 집단 규범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집단 규모도 동조에 영향을 미칩니다. 집단 규모와 관련해 동조를 설명하는 이론은 사회적 감화이론과 사회적 영향력 모델이 있습니다. 사회적 감화이론은 어떤 의견을 가장 먼저 제시한 사람이 집단 내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두 번째 구성원부터는 영향력이 감소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사회적 영향력 모델은 첫 번째 집단 구성원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 구성원의 영향력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동조의 압력은 작아지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집단의 완전한 일치란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 개인적 특성도 동조현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응집력이 강한 조직에 소속되었다고 해도 개인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쉽게 집단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수준이 높고 합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감정적이고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에 비해 동조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집단 속에서의 개인행동
같은 사람이라도 개인적으로 행동할 때와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행동할 때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설득상황에서도 한 개인으로서 설득메시지에 접할 때와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설득 메시지를 접할 경우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집단 속에서 개인행동이 변화하는 현상은 크게 몰개인화와 사회적 태만 현상으로 정리됩니다.
몰개인화란 개인이 집단 속에 존재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이 낮아지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신경을 덜 쓰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집단 속에서는 익명성이 작용하고 집단의 응집력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천성적으로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을 잘 타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야구장이나 시위현장에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태만 현상은 혼자서 일을 할 경우와 비교해 여럿이 함께 일을 할 때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나 노력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여럿이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작업에 대한 책임감이나 동기부여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 태만 현상은 몰개인화와 마찬가지로 집단 속에서 개인의 책임감이 줄어드는 현상을 전제로 합니다. 사회적 태만이 만연하면 사람들은 명백히 도움을 주어야 할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해 행동하지 않습니다.
설득상황에 몰개인화와 사회적 태만 현상을 적용시켜 보면 한국 상황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효도관광으로 여행을 떠난 노인들에게 건강 관련 식품을 소개한다며 물건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 몰개인화되어 있는 노인들에게 건강식품이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를 제시하고 공동구매를 할 경우 할인을 해 준다고 설득하면 여러 명이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기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속임수 사용이란 커다란 윤리적 문제를 불러옵니다.